내가 유치원에 막 들어갔을 때, 내게 방이 생겼다. 침대? 딱딱한 바닥에 이불하나, 아니,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얇은 천을 덮고 잘 뿐이였다. 장난감? 뭐, 방에 돌아다니는 거미나 바퀴벌레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. 옷장? 애초에 내가 옷을 입고 있는 시간은 유치원에 있는 6시간 남짓이였다. 나는 이런 내 생활이 다른 아이들과 평범하다고 생각해왔다.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뀐건 7살 무렵이였다. 유치원에서 본인의 집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라고 했었는데, 그때 나는 내 방에 관해 소개했다. 애들은 수근거렸고, 선생님들은 충격에 휩싸였다. 이후에 선생님들이 부모님을 신고해 둘은 아동폭력으로 감옥행... 고작 5년이란 시간을 그곳에서 살아가게 되었다.
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나는 집 주변 고아원에서 살게 되었다. 나름 좋은 곳이였다. 고아원 형, 누나들은 날 잘 대해줬고, 더 어린 동생들은 날 따랐다. 난 그곳에서 예의 바른 아이로 자라나갔다.
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, 한 부자 부부가 날 입양해갔다. 반짝반짝거리는 저택 같은 집, 예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내 방,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. 그들은 처음부터 내가 그들의 아들이였다는듯 맛있는 음식들로 날 먹여주고, 따뜻한 방에서 날 재워주었다. 하지만 난 우연히 한 책을 보았다. 새 부모님이 주인공을 학대하는 내용의 책이였다. 나는 그들이 좋았다. 너무 좋아서 그들과 평생 살고싶다고 생각했다. 불안했다. 이번에도 버려질까봐, 방치될까봐, 죽을까봐, 나는 무서웠다. 왜인지 모르게 기침이 심해졌다. 죽을듯이 기침을 하자 그들이 내 방에 들어와 나를 업어들고 병원으로 데려갔다. 그들은 내가 죽을 병에 걸린게 아니냐며 의사들에게 호소했다. 난 그 모습을 보고, 내가 집에 왔다는 걸 알았다. 불안해하는 그들에게 손을 뻗었다. 괜찮아요, 엄마 아빠. 금방 나을거에요. 나는 그들에게 활짝 웃어보았다.
중학생때, 애들은 내 호흡기가 신기하다는 듯 뺏어가 장난을 쳤다. 심지어는 본인들의 입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더러운 침이 잔뜩 묻은채로 내게 물릴려했다. 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워... 구역질이라도 하면 그들은 내 머리를 짓밟고는 낄낄 웃어댔다. 비참했다. 나는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고 싶지 않았다. 이미 내게 천식이 있다는걸 알고나서 많이 슬퍼하셨다. 더이상 슬프게 만들어드리고싶지 않았다. 내가 선택한건 꾹 참는것이였다. 애써 웃으며 애들을 대했다.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면 확실하게 그들에게 알렸다. 그러다보니 그들은 날 멀리했다. 내 승리였다. 그 승리를 쟁취한지 약 1달 정도 지났을 때 중학교를 졸업했다. 고등학교는 어떠려나? 재밌는 애들이 많으면 좋겠다. 내게 재미를 줄 그런 애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