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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명이서 같이.

izumi cha 2024. 3. 27. 00:18

배고파 뒤지겠네.

고아원에서 뛰쳐나온지 몇년째, 로봇쪽은 인간이라 쓸모없다며 날 버리고, 인간쪽은 말도 안되게 센 힘 때문에 괴물이라며 날 받아주지 않았다.

사람도 잘 살지않고 반짝이지 않는 전광판 하나 없는 이 시골 마을은 인심도 없는지 나한테 멀쩡한 음식 하나 주지 않는다.

결국 오늘도 쓰레기통행이구나...

 

" ... 아놔.. 누가 이걸 먹다 버린거야? 드럽게시리... 그냥 버렸으면 좋았을것을... "

 

중얼중얼거리며 누군가 먹다 버린 감자칩 봉지를 집어들었다.

그나마 먹을건 이것뿐인가.. 제기랄, 그 고아원 뛰쳐나올때 돈도 좀 훔쳐서 나올걸.

결국 20살 되도록 쓰레기통이나 뒤지고있는 신세라니...

 

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골목길 한곳에 주저앉았다.

웩, 왜 먹다 남긴지 알것 같았다.

더럽게 맛없네.. 오늘 점심도 글렀네, 글렀어..

결국 다시 정처없이 걷기 위해 몸을 일으켰을 때 누군가와 마주쳤다.

 

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애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검은색 머리카락의 여자애... 누구지?

뭔지는 몰라도 날 신기하듯 쳐다보고있었다.

그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자리를 뜨려고했는데 갑자기 하늘색 여자애가 내 후드를 잡아당겼다.

 

" 저기... 저희좀 재워주세요.. "

" 뭐? 니들 집 가라... 나 집 없- "

" 저희 집 없어요 "

" ... 어쩌라고. 난 너희들이 생각하는 만큼 친절한 어른이 아니야. "

 

한 4시간 걸었나, 쟤네 왜 계속 따라오지?

설마 진짜 재워달라는거야? 난 맨날 박스 덮고 잔다고!

 

" 야, 너희들 박스 위에서 자고싶지 않으면 가라. 나 집 없다고. "

" 괜찮아요! 저희 박스에서도 잘 수 있어요! "

" ... 도데체 무슨 삶을 산거야? 에휴... 오늘만 따라와, 내일은 너희 집으로 돌아가. "

 

결국 꼬마애 2명이랑 같이 박스 위에 앉아있는 신세가 되었다.

기분 거지같네... 평소라면 이것저것 주우려고 돌아다니고 있었을텐데, 꼬맹이들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겠고...

그나저나 얘네 고아인가? 하긴 그게 아니면 왜 박스에서도 잘 수 있겠다는거겠어?

 

" 그으.. 아줌마는 왜 혼자에요? "

" 나 아줌마 아니야. 그리고 난 혼자가 편해. 너희 처럼 둘이서 다니면 불편하다고. "

" 그럼 왜 저희 안내쫒아요? 저희 귀찮고 불편하지 않아요? "

" ... 불편해. 그러니까 가. 언니 화나면 무섭다. "

" 에헤헤... 하나도 안무서운데~ "

 

... 뭐가 재밌는거야?

하긴 저 나이에 뭐가 안재밌겠냐..

 

...

 

" 언니, 저기 어때요? "

" 무너지기 딱 좋겠네. 뉴스도 나오겠어? 약간 성인 한명과 어린이 두명이 압사당한채 발견됬다 이런거. "

" 에엑... "

" ... 저기는요? "

" 오, 고아원이였던 곳인가? 흠... 이정도면 튼튼할거 같네.. 좋아, 여기정도면 집으로 쓸만하겠지. "

 

...

 

" 다 널 생각해서 한거야!! 근데 넌? 너가 내 말 들어본적 한번이라도 있어?! 전부 네 탓이라고! "

" 어, 엄마... 앤은 엄마를 생각해서- "

" 라비에 넌 닥치고 있어!! "

...

 

" 시*, 시*... 내가 왜 그랬지... 라비에, 집 지키고 있어. 나 나갔다 올게.. "

" 으... 응... "

...

 

" ... "

" 엄마... ... 애, 앤은 엄마 안미워할거야! "

" ... 뭐, ... 라비에, 너가 어려서 모르는거야. 어린애는 어른보다 쉽게 상처 받아. "

" 하, 하지만... "

 

( 꼬옥- )

 

" ... 내가 노력해볼게. 너가 상처받지 않도록... "

 

...

 

" ...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진짜 너무했다. "

" 그치 뭐... 나 생각해서 음식 가져온걸텐데.. 다음에 앤 만나면 사과하면서 밥이라도 먹어야겠어. 나 나름 돈도 벌었고... 이젠 아이들이 싫지도 않아. "

" 우리가 엄마 많이 바꿔놨네, 그치? "

" ... 너희 덕분이야. 이곳이 생긴 것도, 내가 나름 엄마라는 자격이 생긴 것도, 내가 살아있는 것도. "